— 영어·과학·미술·음악·체육, IB 커리큘럼 기준으로 정리했어요
이번 글에서는 호치민 국제학교 과목별로 한국 교과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글에서 국제수학이 한국 수학과 어떻게 다른지 다뤘었는데요. 사실 수학만 다른 게 아니라서 다른 과목들도 비교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제학교에서는 거의 모든 과목이 한국과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요.
오늘은 영어, 과학, 미술, 음악, 체육 다섯 과목을 IB 커리큘럼 기준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한 가지 먼저 말씀드리자면, 저희 아이는 IB 커리큘럼을 하고 있어서 저의 글은 대부분 IB, 특히 PYP(초등)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각 학교들의 커리큘럼에 따라 과목별 접근 방식이 학교마다, 커리큘럼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교육과 국제학교 교육을 비교하자면 국제학교들의 교육방식의 결은 비슷합니다.
그리고 제가 글을 통해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어느 교육과정이 좋다 나쁘다를 평가하고자 함이 결코 아닙니다. 어떤 점이 다른지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제가 국제학교에 아이를 보내면서 경험한 내용을 중심으로 쓰되, 모든 내용을 파악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있기 때문에 제가 아는 만큼, 느낀 만큼 공유 해 보겠습니다.

한눈에 보는 과목별 비교
| 과목 | 핵심 키워드 | 한국 방식 | IB 국제학교 방식 |
| 영어 | 표현·논증 | 문법·독해·시험 중심 | 자기 표현·글쓰기 |
| 과학 | 탐구·과정 | 개념 암기·문제 풀이 | UOI 연계 탐구·가설·결론 도출 |
| 미술 | 성찰·표현 | 기능 습득·완성도 평가 | 의도·배경·Artist Statement |
| 음악 | 창작·체험 | 악기 연주·이론 시험 | 창작·악기 제작·다양한 도구 활용 |
| 체육 | 태도·성찰 | 기록·수행 능력 측정 | 협동·자기 성찰·목표 설정 |
1. 영어 — 학습하는 과목이라기 보다 “생각하는 언어”
한국식 영어와 국제학교의 영어는 다르다건 다들 아시죠?
요즘은 한국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영어를 배우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에서의 영어는 '외국어 과목'으로 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문법, 독해, 듣기, 어휘 등 시험을 위한 학습이 중심이죠. 하지만 국제학교에서의 영어는 다른 차원 입니다. 국제학교는 영어로 공부하는 곳입니다. 영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논증하고, 영어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영어를 배우기도 하지만 학습의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 되는 언어이기 때문에 한국 스타일의 학습과는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글쓰기가 핵심이에요
IB영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글쓰기입니다. 다른 어떤 커리큘럼보다IB에서는 모든 과목에서 글쓰기가 중요합니다. 다양한 주제와 활동을 가지고 글쓰기로 연결하는데요. 주제 정한 후 초안을 쓰고 수정을 반복하면서 최종작을 만들어 갑니다. 글쓰기의 기본 틀(서론 본론 결론)을 유지하되, 정해진 틀 안에서 쓰는 게 아니라 '네 생각이 뭔데?' 가 핵심이에요.
한국식 영어 학원에서 문법을 잘 배워도 국제학교 영어 글쓰기에서 막히는 아이들이 있어요. 문법은 좋은데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를 표현하는 힘이 없는 경우예요. 영어 실력과 표현력은 다르거든요. 반대로 국제학교 다니던 아이들이 한국으로 돌아가서 영어학원하면 제대로 영어 실력을 발휘하지 못 하는 이유가 이런 것 입니다.
평가는 루브릭(Rubric) 으로..
국제학교 영어 글쓰기는 루브릭(Rubric)이라는 기준표로 평가해요. 단순히 문법이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 여러 기준을 각각 점수로 매기는 방식이에요. 학교마다 루브릭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항목들로 구성돼요.
| 점수 | Ideas & Content (내용·아이디어) | Organization (구성·전개) | Voice (목소리·개성) | Conventions (문법·표기) |
| 6 | 주제가 명확하고 구체적인 근거와 세부 내용이 풍부함 | 논리적 흐름이 자연스럽고 서론·본론·결론이 탄탄함 | 자신만의 독특한 목소리와 스타일이 뚜렷하게 드러남 | 문법 오류가 거의 없고 다양한 문장 구조 사용 |
| 4~5 | 주제는 있으나 근거나 세부 내용이 더 필요함 | 대체로 논리적이나 일부 전환이 어색함 | 목소리가 느껴지나 일관성이 부족함 | 간헐적 오류가 있으나 전달에 지장 없음 |
| 2~3 | 주제가 불분명하거나 근거 없이 나열만 됨 | 흐름이 없고 단락 간 연결이 어색함 | 개성이 거의 드러나지 않음 | 오류가 많아 내용 전달에 어려움이 있음 |
| ※ 위 루브릭은 IB PYP 영어 글쓰기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준을 바탕으로 정리했어요. 학교마다 루브릭 항목과 점수 체계가 다를 수 있으니 담임 선생님께 확인하세요. | ||||
루브릭에서 중요한 건 Voice(목소리·개성) 항목이에요. 우리 아이 학교에서는 이 부분을 비판적 사고라는 내용으로 평가를 하더라구요. 문법이 완벽해도 자기 생각이 없으면 점수가 낮아질 수 있어요. 반대로 문법이 조금 틀려도 자신만의 관점이 분명하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식 '정답 맞히기'와 가장 크게 다른 부분이에요.
2. 과학 — 탐구 안에서 만나는 시간
중,고등으로 올라가면 과목을 선택해서 듣지만 IB 초등(PYP)에서 과학은 독립된 과목 시간표가 있기보다 UOI(탐구 단원) 안에 녹아 있어요. 그래서 아이가 '오늘 과학 배웠어'라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3학년때 부터 테스트 과목에 과학이 있는데 학교 스케줄엔 과학 시간이 따로 없고, 전에 글에도 말했다시피 교과서가 없다보니 솔직히 저도 학교 과학 수업이 정확히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동안 파악하기 어려웠어요.
실제로 본 과학 수업들
PTC 상담 때 교실에서 본 내용 기억나는 것들을 공유 해 볼게요. 에너지를 주제로 배우는 UOI 단원에서는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쓰이는지를 탐구하고 거기에 대한 에세이를 쓴 결과물을 봤어요. 단순히 '전기란 무엇인가'를 외우는 게 아니라 발전소, 댐, 에너지 변환까지 연결해서 이해하는 방식이었어요. 내용을 설명하고 글쓰기까지 완료했더라구요.
비교군·대조군 실험도 수업 시간에 해요. 식빵에 곰팡이가 피는 실험은 한국에서도 많이 하는 실험이죠. 아이들이 각자의 식빵을 교실 벽에 붙여놓고 몇 주에 걸쳐 관찰하고 기록하는 거예요. 어떤 조건에서 곰팡이가 더 빨리 피는지, 왜 그런지를 직접 확인하면서요. 이런 실험은 3학년 때부터 매년 반복적으로 하더라구요. 매년 관찰의 깊이가 깊어지는 것.. 이라고 믿어도 되겠죠? 😂
최근에는(G5학년) '생활 속 과학'을 주제로 아이들이 각자 탐구 주제를 정해서 가설을 세우고, 관찰하고, 결론을 내는 프로젝트를 했어요. 우리 아이는 토마토 키우기를 했고, 같은 반 친구들은 식물 성장 관찰, 곤충 관찰, 바람의 움직임, 과일이 상하는 속도, 달과 태양 관찰 등 정말 다양한 주제로 각자의 탐구를 했더라고요.
이런 학교 활동들의 영향인지 집에서 재밌는 현상이 생겼어요. 아이가 별것 아닌 것들을 '내가 실험하는 중이야'라며 모셔두는 거예요. 휴지를 적셔놓고 얼마나 빨리 마르는지 관찰하겠다거나, 뭔가를 두 가지 조건으로 나눠서 비교해 보겠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과학을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발견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됐다는 느낌이에요. 그게 IB 과학 수업이 의도하는 방향이기도 하고요.
IB 과학 탐구의 흐름
주제 선정 → 가설 세우기 → 관찰·실험 → 데이터 정리 → 추론 → 결론 도출 → 성찰 결과가 가설과 달라도 괜찮아요. 오히려 '왜 달랐는가'를 설명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요.
한국 과학이 '개념을 외우고 문제를 푸는' 방식이라면, IB 과학은 '직접 탐구하고 언어로 설명하는' 방식이에요. 정답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은 수학과 같아요.
3. 미술 — 잘 그리는 게 아니라, 왜 그렸는지가 중요해요
한국 미술은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 즉 '기능 습득'이 중심이에요. 얼마나 잘 그렸는가,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었는가가 평가의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초등과 중고등의 차이
초등(PYP) 미술은 수업 주제에 따라 그리고 만드는 활동이 중심이에요. 아직 표현 자체를 즐기고 탐색하는 시기예요.
중고등(MYP·DP)으로 올라가면 완전히 달라져요. 작품 하나를 만들 때 그냥 만들고 끝이 아니에요.
•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려 했는가
• 영감을 받은 작가는 누구이며, 그 작가의 역사적 배경과 당시 환경은 어떠했는가
• 왜 이 재료와 기법을 선택했는가
• 이 과정에서 나는 무엇을 배웠는가
이 모든 것을 Artist Statement(작가 노트)라는 글로 써야 해요. 결과물보다 사고 과정이 평가되는 거예요.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보다 자기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아이가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어요.
4. 음악 — 연주보다 창작, 시험보다 경험
한국 음악 시험을 떠올리면 리코더 연주 평가, 음악 이론 시험 같은 것들이 생각나시죠? 국제학교에서는 그런 종류의 평가는 없어요.
초등 음악 시간에는 다양한 악기와 도구를 활용해서 음악을 직접 만들어보거나, 악기를 직접 제작해보는 활동을 해요. 간단한 리듬 패턴을 창작하고, 다양한 소리를 탐색하는 과정이 중심이에요.
평가를 위한 연주 시험은 없어요. 대신 음악을 통해 무언가를 느끼고, 표현하고, 창작하는 경험 자체가 수업의 목적이에요. UOI 탐구 주제와 연결해서 음악이 문화와 역사를 어떻게 담아내는지를 탐구하기도 해요.
악기를 잘 다루는 아이가 유리한 수업이 아니에요. 음악을 통해 생각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핵심이에요.
이렇다보니 예체능 과목들은 특히나 정확히 뭘 배우는지 부모가 따라가기 정말 힘들어요.😂😂😂
5. 체육 — 기록보다 태도, 결과보다 성찰
국제학교 체육이 한국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기록으로 아이들 줄세우기를 하지 않는다는거예요. 멀리뛰기 거리, 높이뛰기 높이, 골 성공 횟수 — 이런 숫자보다 다른 것들이 평가에 담겨요.
초등 — 협동과 태도 중심
PYP 체육 리포트에는 이 아이가 팀 안에서 어떻게 활동했는지, 몸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선생님의 피드백이 담겨요. 잘 뛰었는가보다 어떤 자세로 참여했는가가 코멘트의 중심이에요.
12편 수학 글에서 잠깐 언급했는데, 체육 시간에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선생님이 '정말 최선을 다했니?'라고 물어보시는 경우가 있어요. 최선을 다한 과정이 있었다면 그게 리포트에 반영될 수 있어요.
중등 이상 — 목표 설정과 성찰
MYP 이상으로 올라가면 체육에서도 자기 성찰이 요구돼요.
• 자신의 계획이나 목표를 스스로 세우기
• 실천해 보고 결과 기술하기
• 성공했다면 어떤 요인이 있었는지
• 실패했다면 왜 그랬는지, 어떤 점을 보완했다면 좋았을지
체육도 결국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성찰하는 과목'이에요. IB가 모든 과목에서 일관되게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체육도 글쓰기를 하게 됩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던 IB는 글쓰기가 핵심이라는 것 기억하시죠? 네, 이래서 글쓰기가 핵심입니다. 모든 과목이 자신으로부터 시작해서 나와 공동체를 연결하고, 지역사회와 나아가 세계를 연결하는데 큰 교육 목표가 있어요.
글을 마치며
크게 다섯 과목을 살펴봤는데, 한국 교과와 다른 국제학교 수업 방식,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결과보다 과정, 암기보다 탐구, 수행보다 성찰. 이게 IB 커리큘럼이 모든 과목에서 일관되게 추구하는 방향이에요. 다른 국제학교들도 커리큘럼에 따라 방식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결은 비슷합니다.
한국교과는 조금 더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이라면, 국제학교의 커리큘럼들은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내고,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그 과정을 설명하고 탐구하는 방식이예요.
처음에는 '이게 공부가 맞나?' 싶을 수 있어요. 점수가 없고, 순위가 없고, 교과서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 방식이 쌓이면서 아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직접 보고 있어요. 특히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힘'은 한국식 교육에서는 따로 배우기 어려운 것들이에요.
5년 국제학교 보내보니 솔직하게 느껴지는 것들.
IB 커리큘럼은 큰 그림을 보고, 개념을 이해하고, 나와 연결해서 표현하는 힘을 키우는 데 강점이 있어요. 이걸 교육학적으로 표현하면 '개념 중심 학습(Concept-based Learning)'이에요. 반면 특정 기술이나 기능을 반복 훈련해서 몸에 익히는 '기능 중심 학습(Skills-based Learning)'은 IB 교육과정 안에서 충분히 다루기 어려운 구조예요. 한국 교과에서는 아이가 음악을 배우든, 미술을 배우든, 체육을 배우든 어느 정도의 기술적인 부분도 습득을 하게 되잖아요.
하지만 국제학교에서는 악기를 능숙하게 연주하고 싶다면, 연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고 싶다면, 수영 영법을 제대로 익히고 싶다면, 결국 별도의 사교육이 필요해요. 이게 호치민 국제학교 생활에서 사교육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해요.
한국 학부모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포인트가 이런 것들이예요.
그 비싼 학비를 내는데 학교에서는 배우는게 없네? 이렇게 생각이 될 수 있어요. 기능적인 학습이 익숙한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은 것이 어쩌면 당연합니다. 근본적인 학습의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해요.
오늘 저의 글도 국제학교를 준비하고, 더 알아가고자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었길 바랍니다.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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